이재희는 하룻나방처럼 맨발로 차도에 뛰어들어 죽었다.
무엇에 쫓겼는지 무엇을 쫓아 그랬던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재현이 마주한 것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겠다는 듯 턱 근육을 앙 다문 채 으깨진 재희였으니까. 나이가 같은 누나의 시신을 곁눈질로 간신히 확인한 재현은 태워 달라고 말했고, 장례지도사는 도합 천이백만 원을 요구했다. 스물다섯 먹은 이재현은 사람 태우는 데 매겨지는 시세를 몰랐기 때문에 일단 알았다고 했다. 묵묵히 적금을 깨고 딱지만한 자취방의 보증금을 빼 삼백만 원을 만들었다. 나머지는 대출을 당길 생각이었다.
재현은 재희의 상주를 섰다. 11월 중순. 가을철의 시원함이 겨울의 차가움으로 한창 변해가고 있는 늦가을인데도 장례식장엔 아직 파리가 날렸다. 손으로 알 굵은 파리를 쫓아내는 이재현의 눈 앞에 새삼스럽기 그지없는 열세 살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재희는 부모님을 죽어도 닮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이렇게 죽어 빼닮고 말았다. 차 사고로 죽다니. 덕분에 재현은 스물다섯 살에 벌써 두 번째로 상갓집의 맏이 노릇을 하고 있었다. 뻣뻣한 상복과 삼베 완장이 끔찍하게 가벼웠다. 고작 이 정도 무게. 고작 이 정도의…….
고작 문상객 하나 없는 빈소를 지킬 뿐인데도 인간의 몸은 꾸준히 영양소를 연소한다. 뇌에게 배고픔의 신호를 보낸다. 재현은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런 말 없이도 재현은 살 수 있다. 문득 엊그제 본격적인 취준을 위해 염색을 새로 덮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나 들 뿐이다. 재현은 새카만 머리칼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흐트러뜨리며 널찍하게 비어 있는 좌식 테이블 한구석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주저앉았다. 젊은 청년이 어쩌다 누나 상주를 설꼬. 먹고 힘내요. 귓가에 닿아 그저 떨어지는 아주머니의 고운 말씨도 천이백만 원에 포함일까?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감사 인사를 한 재현은 흰색 플라스틱 숟갈로 맨밥을 푹 떴다. 아, 육개장 말고 뼈해장국 옵션 되냐고 여쭤 볼걸. 나도 그렇고 이재희도 육개장보단 해장국 판데. 실없는 생각으로 뻘건 국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귓가에 얼핏 자그마하게 앓는 음성이 들려왔다.
흡사 먹이 줄 어미를 잃은 새 새끼가 희미하게 흐느끼는 것 같은 괴상한 소리였다.
"누나아……."
쿵. 장례식장 입구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육개장에 막 밥을 말아 입에 퍼넣으려던 재현은 그릇에 숟가락을 던지듯 꽂고 일어섰다. 이재희의 첫 문상객이다. 애써 무심하려 했으나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러나 축축한 목소리는 한참을 들어오지 않고 장례식의 주인공 이재희 이름만 마르고 닳도록 불러댔다.
재희 누나. 누나. 누나아아. 누…… 구신지 진짜. 군기가 바짝 든 채 대기하고 있던 이재현은 그 지루하고 구슬픈 동어 반복을 듣다 지쳤고, 슬쩍 발걸음을 옮겨 식장 입구를 내다보았다.
신발을 벗다 말고 입구에 반쯤 무너져 무릎을 꿇은 건 잘 차려 입은 남자였다. 흡사 데이트라도 나갈 것처럼 캐주얼한 스타일의 남자.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센스 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장례식장이었다. 청청 연청 청카바 잠바 밑에 싯노란 탈색 머리는 씨발…… TPO가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르는 재현이 주제에 인상을 구겼다. 누군진 몰라도 혼자 인터넷이 존나게 끊긴 세상에 살고 계신 게 분명했다. 구글이든 네이버든 손가락 몇 번만 놀리면 장례식 예절 A to Z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인데. 저 저 무릎 다이나믹하게 찢긴 것 봐라. 이재현은 남자의 도드라진 무릎 관절을 식은 눈으로 내려다보며 어깨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었다. 이재희와 생전에 무슨 사이였는진 모르겠지만, 이 인간을 대하는 데에 지나친 에너지를 할당하고 싶진 않았다.
거기다 연청이 끝도 아니었다. 그의 옆구리에는 편의점 따위에서 사지 않았을 게 분명한 커다란 빼빼로데이 바구니가 끼워져 있었다. 옆 장례식장의 근조화환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과자 바구니는, 들고 미친듯이 달려오기라도 한 건지 잔뜩 흐트러져 어린애가 쌓은 흙섬처럼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재현은 그 앞에 천천히 가 섰다.
"저기, 누구세요."
"…… 누나. 재희 누나아……."
"누구시냐니까요."
"이재희…… 아니죠? 오얏 리에 있을 재, 기쁠 희자 쓰는 재희 누나 안 죽었죠?"
"예, 기쁠 희 걔 죽었는데요."
거짓말. 남자가 힘 없이 중얼거렸다. 그러곤 삭아버린 두부 같은 눅눅한 걸음으로 재현의 옆을 터덜터덜 지나쳤다. 덜 벗겨졌던 그의 한쪽 운동화가 재현의 뒤꿈치로 굴러왔다. 재현은 그 신발을 주워다 열 맞추어 정리해 둔 다음 그를 뒤따라 빈소로 들어섰다. 씨발 뭔 사람 이름을 한자까지 외우고 있어, 징그럽게. 두개골을 울리는 질색스러움을 애써 떨쳐내려 노력했다. 몇 년만에 다시 맞는 장례식은 상주 유경험자 이재현에게도 낯선 맛이었기에 급하게 네이버 블로그를 정독했는데, 거기서 강조하기를 상주는 조문객을 열과 성을 다해 대접해야 한다고. 열도 없고 성은 더 없던 이재현은 사흘 동안만 간신히 예의를 짜내기로 스스로와 합의 봤고 지금은 그 다짐을 이행해야 할 차례였다.
남자는 팔이 어찌나 길었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으니 손에 들린 바구니가 바닥에 질질 끌릴 듯 싶었다. 그는 발목이 늪에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아주 느리게 걸어 영정 앞에 섰다. 재현은 그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빈약해 빠진 헌화, 흰 국화꽃 더미 위에 빼빼로 바구니를 털썩 내려놓았다. 이재현의 입에서 핫 하는 탄성이 터졌다. 지금 어디에 뭘 내던진 거냐 저 새끼? 저거 진짜 경우 없는 시발 새끼로세. 어떻게 봐도 고딩 같진 않은데. 좀 못 배웠나?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그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구깃구깃 웅크려선 소리도 없이 어깨를 떨며 울기 시작했다. 재현은 그 꼴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남자가 누구일지, 저 바구니엔 어떤 지지부진한 사연이 얽혀있을지 아주 상투적으로 궁금해하면서.
"다 우셨으면은, 거…… 꽃 놓든지 향 피우든지 하세요."
그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재현은 한참을 기다렸다. 영정 오른쪽 벽에 비뚜름하게 기대 앉은 이재현으로서는 제법 이례적인 일이었다. 만약 지금 치르는 장례식이 이재희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장례였다면. 그러니까, 아래턱이 묵처럼 으깨진 게 있을 재에 어질 현자 쓰는 본인이었다면. 꽃이든 향이든 안 꽂아도 좋으니 걍 뒤로 빠지라고―정확히는 꺼지라고― 쿠사리를 한 번은 놓았을 거였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재현은 이재현의 상주를 설 수 없고 지금 당장 일종의 대리인 자격으로 혈육의 인간 관계를 불편히 지켜 봐야 할 업무를 도맡았을 뿐이다. 눈이 퉁퉁 부어 비틀비틀 일어나는 남자에게는 손짓으로 할 일을 시켰다. 남자는 그제야 꽃을 하나 빼다 빼빼로 바구니에 쿡 꽂았다. 아니, 씨발. 뭐 하자는 플레이시지? 혹시 말을 잘 못 알아듣는 사람인가? 저 나이에 장례식 올 일이 웬만해선 없긴 한데, 드라마도 안 봤나? 재현은 이 새끼 뭔가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지그시 올려다 보다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눈높이가 딱 맞았다. 어떻게 어떻게 둘은 맞절을 했다. 존나 얹힐 것 같은 침묵 속에서. 남자는 일어설 때 잠시 비틀거리더니, 간신히 중심을 잡곤 다시 훌쩍였다.
재현은 아주 오랜만에 담배가 제대로 말렸다. 바지 안주머니를 뒤적이니 피우다 남은 담배 반 갑이 만져졌다. 그동안은 습관적으로 니코틴 충전하느라 담배 말린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잊고 살았는데, 사람 죽었을 때 피우는 담배가 아주 씨발 맛 좋구나 싶어졌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쓱 꺼내자 남자는 젖은 눈을 비비다 말고 직사각형의 발암물질 용기를 힐끔 내려다봤는데, 솔직히 여기서 담배를 뻑뻑 피든 말든 좆도 신경 안 쓸 것 같았다. 저 새끼도 예의 밥 말아 처먹었고 더 올 사람도 없을 건데 걍 실내 흡연하면 안 되나. 장례비로만 천이백을 태웠는데 벽지에 냄새 배는 것 정도로 뭐라 할까. 이재현은 식장 제공 슬리퍼 신고 열 걸음만 나가면 있는 흡연구역에 가기가 끔찍하게 싫어 손안에서 담배갑을 굴리다 결국 털퍽 앉아버렸다.
그래, 씨발. 빈속에 뭔 담배. 걍 밥이나 처먹자 싶어 국 한 숟갈 뜨려고 했는데 웬 또라이 같은 게 기어코 따라 기어 들어와서 울어젖히는 바람에 한 시간을 더 구겨져 있어야 했다. 재현은 배가 고파서 속이 쓰렸다.
삼 일째 장례식장을 홀로 지키고 있는 이재현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하루 종일 알바를 뛰다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연락을 끊은 지 반 년된 누나의 부고를 들었고. 그 길로 달려와 장례를 치렀고. 조문객 하나 없는 장례식장이 드럽게 불편해 이 박 삼 일간 자지 못했는데 학교와 수 곳의 알바처에서는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 재현은 그 모든 연락을 씹고 잠수 탔다. 누나의 존재 혹은 부존재를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덕분에 장례식에 재현의 지인은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잠수는 정말이지 재현의 특기였다.
남자가 정신을 조금 차렸을 무렵 둘은 슬슬 마주 앉아 상을 받았다. 열 전도 효율이 구린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재현의 육개장은 그사이 차게 식어 있었다. 남자의 앞엔 김이 나는 새 국이 놓였다. 재현의 혀 밑에 군침이 돌았다. 그러나 남자는 그 앞에서 그저 소리 없이 울어재낄 뿐이었다. 사람이 이십 분간 끝없이 우는 걸 처음 목격한 재현은 안 먹고 계속 울 거면 국 그릇을 바꾸자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요청을 아직까지 화끈거리는 목구멍 뒤로 꾹 삼키고 이보다 더 상투적이기도 힘들 멘트를 던졌다.
"누나랑은 어떻게 알고 지내는 사이세요."
"…… 저 누나 남자친구예요. 이주연."
"아, 남친?"
"네……."
이재현이 기억하기로 재희의 남친은 수 일마다 바뀐다. 씨발놈만 골라 사귀는 씨발년 이재희의 취향을 보아 이 남자도 씨발놈일 게 분명하다고 재현은 생각했다. 재현은 밥알 섞인 고사리를 우물거리며 살가운 시늉을 짜내 말을 더 붙였다.
"남자친구면 이재희 친구들도 좀 알고 그래요? 전 여기 내리 있으면서 세 명도 못 봤는데."
"재희 누나 친구요……."
젓가락을 들고 안절부절 못하며 밥알을 세던 남자, 주연이 속눈썹에 맺힌 눈물을 털어내듯 눈을 깜빡인다. 재현은 쭉 찢어진 그 눈매를 지그시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주연이란 놈은 사람을 하릴없이 기다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재현은 그 사이에 잠들지 않기 위해 눈을 재차 부릅떠야 했다.
"친구는 저도 잘 모르겠고…… 아, 제가 조의금을 모아 왔어요."
주연이란 남자는 제 할 말만 이으며 청청 연청 청자켓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냥 봉투가 아니었다. 꽤나 두툼했다. 재현은 손을 먼저 내밀어 봉투를 빼앗아 벌려 보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주연이 테이블 위로 봉투를 밀었다. 재현은 그제야 한 템포 늦게 봉투를 집어 들었다.
"천만 원이에요."
손에 잡히는 감각이 제법 묵직하다. 이 현금이 천만 원이라는 남자의 말은 구라가 아닐 것이다. 검은 상복 안으로 등줄기에 땀이 훅 끼쳤다. 잠이 부족한 머리가 급작스럽게 사이렌을 울려댄다. 갑자기 이런 큰 돈을 들고 오는 사람이 멀쩡할 리 없다고. 그것도 이재희에게. 이 남자 어딘가 이상하다고.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곱게는 못 미친 놈이라고.
"다른 뜻 아니고 그냥 조의금이니까 제발 받아 주세요……."
부탁드려요. 노란 머리통이 테이블 위로 뚝 떨어진다. 거리 계산 잘못했는지 이마빡과 테이블 상판이 꽝 소리 내면서 부딪히고 만다. 그 굉음에 재현조차 움찔했다. 돈 주면서 머리 박아 부탁씩이나 하는 남자의 의중과 어딘가에 존재할 거대한 맥락을 도대체 헤아릴 수가 없었다. 재현은 봉투를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고 주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주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재현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물기 어린 눈매와 퍽퍽한 시선이 그제야 가까스로 맞닿는다.
그리고 주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재현은 순간 할 말을 통째로 잃었다.
"그나저나…… 재희 누나랑 진짜 많이 닮으셨네요."
쌍둥이 맞죠? 주연은 물러버린 과일처럼 벌겋게 부은 눈으로 웃었다. 재현은 그 웃음에 문득 겁이 났다.
상속자들
part 1
장례를 마친 재현은 학교에 중도휴학계를 내 버렸다. 학교 근처에 잡아 둔 자취방을 아주 빼 버렸다는 핑계였다. 알바처에도 못 나간다는 일방적 통지를 때렸다. 정신적 충격이 컸으니 어쩔 수 없다고 자기 위로 폭딸을 존나게 쳤다. 재현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이재희를 비롯한 그 모든 지긋지긋한 일상들로부터 자유가 되었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재현은 한가롭게 공원 벤치에 누워 눈을 깜빡이다 해일처럼 몰려오는 피로감에 슬쩍 눈꺼풀을 닫았다.
씨발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연말, 11월 중순, 날이 한창 추워져 가고 있다는 것도 간과한 채, 정장에 롱패딩 하나 걸치고 삼 일간 뒈지게 무리한 육체로 노숙을 하는 멍청한 짓 저지른 이재현은 빼도 박도 못할 근육통과 오한 속에서 잠을 깼다. 뇌수 대신 미지근한 리스테린이 들어있는 듯 출렁이는 대가리에선 다음 갈 곳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정리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닌데 당장 몸 뉘일 곳이 마땅찮았다.
재현은 뜨겁게 끓는 대가리로 카톡창을 뒤져 재희의 오피스텔을 기억해냈다. 자취방 보증금을 앞뒤 재지 않고 받아낸 건 재희의 오피스텔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삿짐을 옮겨 줄 때 가 보고, 가끔 술을 마신 재희의 뒤치다꺼리를 하러 몇 번 갔다가 연락 끊은 반 년 전 뒤로는 재희가 부른 적도 재현이 찾아간 적도 따로 없어 상세주소가 희끄무레했다. 재현은 카톡 내용을 한참이나 검색했다. 무슨 동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 [동]이라는 단어를 넣었다가 동전 동생 애기동자무당에게 당장 이천만 원을 송금해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훑게 되었다. 아니 씨발 애기가 무슨 이렇게 물욕이 넘쳐? 이천 지랄하네.
간만에 다시 들여다 보게 된 카톡 내용은 기막히게 가관이었다. 일단 이재희는 쫌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디다 갖다 바치거나 쓸 일이 있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건 예삿일에 부적을 쓰니 어쩌니 난리를 피우며 불러댄 흔적이 즐비했다. 이재현. 이재현 씨발 놈아 뭐 하고 다녀. 이재현. 학교 재밌냐? 이재현. 이재현. 이재현.
이재현. 니는 내가 우습지?
그게 마지막 카톡이었다.
웃기는 짓이나 관두고 그런 말을 했다면 재희의 마지막 말에 좀 더 의미를 부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재희는 실제로도 무당집을 전전하고 어처구니 없는 짓을 일삼으며 살아오는 미친년이었기 때문에 재현은 새삼스럽게 의문 갖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재희의 오피스텔로 찾아간 재현은 비밀번호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남자 두셋씩 끼고 사는 여자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그대로 놔둘 리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는데. 더듬거리며 재현과 재희, 부모님, 예전에 함께 키웠던 강아지 생일에 기일까지 다 찍어 보던 재현은 결국 30분 락이 걸리고 나서야 짜증스러운 손길을 거둬 도어락에 붙은 열쇠집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더듬더듬 두드렸다.
"누구세요?"
막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누군가가 재현을 불렀다. 재현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제가 여기 뭔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요. 그러면서 상대를 확인하니, 어라, 어제 그 놈이다. 이주연. 근조화환 뺨치는 빼빼로 바구니를 들고 장례식장에 찾아왔던 놈. 재현은 떡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어색하게 웃음지었다.
"그쪽이야말로 우리 누나 집엔 어쩐 일로……."
"전 여기서 살아요."
"예?"
"재희 누나랑…… 같이 살았거든요."
자주는 안 들어왔지만. 주연이 덧붙인다. 재현은 열기운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한쪽 입꼬리를 틀어올려 웃어 줬다. 그랬구나. 이재희 남친이자 동거남이셨구나.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어쩌죠, 이제는 제가 이 집에서 좀 살아야겠는데."
"…… 어, 당장은 방 못 빼 드려요."
"저도 당장에 나가라곤 못 하죠. 사시던 분인데."
질문 형식을 빌린 뻔뻔한 선언. 이재현은 대화 몇 핑퐁만에 단번에 갑을 중 갑 위치 점하고 선다. 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이재희에게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호구 새끼 하나 통째로 집에 들여 놓고도 당연하다는 듯 두집 살림 했겠지. 방은 두 개 있긴 한데요. 주연이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대답한다. 이주연이란 남자는 재현의 뻔뻔한 태도에 주눅이라도 들었는지 자기가 비켜 줘야 할 사람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자신감 얻은 재현은 냉큼 그러면 이재희 쓰던 방을 내가 쓰겠노라 말했다. 그러자 밟힌 지렁이 꿈틀하듯, 그가 좀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단 듯이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재희 누나가 쓰던 방을 왜 형님께서……."
"그야 내가 상속인이니까."
"같이 살던 사람은 전데요."
"그게 상관이 있나?"
형님 소리 듣자마자 잽싸게 말 편히 하신 재현도 여유 없긴 마찬가지였다. 아까부터 이명 비슷한 게 재현을 성가시게 하고 있었다. 무언가 끊임없이 속살거리는 소리가 골통속을 채운다. 열이 나서 그런가. 씨발……. 재현이 뜨끈한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홱 내저었다. 머리가 아파서 한 짓을 개무시로 해석하기라도 한 건지, 주연이란 남자는 푹 한숨을 쉬며 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섰다.
"어쨌든 말씀을, 그, 어, 드리는게. 전 여기서 못 나갈 것 같은데요."
"사실혼 관계가 뭐 얼마나 힘이 있다고…… 일단 좀,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무슨 생각으로 찾아오신 건진 알겠는데, 맘대론 안 되실 거예요."
"내가 무슨 생각인지 니가 어떻게 안다는 거야 씨발 좀 들어가자고…."
내가 진짜.
씹어뱉듯 읊조리며 재현이 주연의 어깨를 턱 짚었다. 주연은 움찔하는 기색도 없었다. 이 정도 시비는 예상했다는 듯 꿋꿋한 표정을 보니 빡이 확 치밀었다. 그러나 빡친다고 빡낼 힘아리조차 없었다. 재현은 애써 눈을 홉떴다. 그리고 고집스러운 주연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애처롭게나 들렸다.
“내가요.”
쫌 어지러워서 그래…….
다음 순간 재현은 주먹에 으깨진 젤리처럼 주연의 발치에 무릎부터 무너져 쓰러졌다.
***
지이이잉.
지이이잉.
재현의 휴대폰이 진동한다. 보나마나 이재희일 것이다. 재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개무시 깠다. 또 애기삼촌할매처녀총각 기타 등등의 신을 삼신할매로부터 다운로드 받았다 주장하는, 돈독 오른 무속인의 말만 듣고 재현을 전용 atm으로 쓰려는 개수작일 것이 분명했다. 지금 무시하면 알아서 돈 나올 구석을 따로 파게 되어 있다. 당연히.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러나 진동음은 끊기기는 커녕 점점 커져 재현의 온 몸이 벌벌 떨릴 때까지 이어진다. 재현은 겨드랑이 밑과 옆구리를 간질이는 진동에 헐떡이며 허우적거린다. 끝내 이재희의 고집에 진 재현이 휴대폰을 들었을 때.
너무 늦었어 이재현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의 이재희가 덥석 트럭 앞으로 뛰어든다. 이재희의 뒤통수를 본다. 그러나 곧 그리웠던 연인처럼 오래도록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재현의 발치로 재희의 으깨진 눈알 한 짝이 굴러왔으니까. 재현은 그것을 집어든다. 심장처럼 핏줄이 두근거리는 안구를 두 손으로 움켜 쥔다. 재현의 손금 안에서 재희가 가느다랗게 마지막 숨을 내뱉는다.
망설인 끝에 눈을 떴을 때 재현의 손은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채 외롭게 펼쳐져 있었다. 어둑한 방 안 창으로 들어오는 흐릿한 빛이 축축하게 소금기가 남은 손바닥에 고였다. 재현은 상하의가 홀딱 벗겨져 널찍한 침대에 누운 채였다. 암순응이 덜 된 재현의 눈이 파르르 떨리다 이내 다시 내리감겼다. 꿈이었구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꿈이지.
혹시 이재희의 장례를 치른 것도 꿈인가.
그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재현은 당장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얼마나 잔 건지 두통이 얼추 걷혀 있었다. 어두운 방을 가로질러 문을 여니 문제의 오피스텔 안이었다. 이재희의 집. 주연이 재현을 집 안에 들여 놓은 것이다. 만약 이전의 기억들이 꿈이 아니라면 말이다. 조심스레 나가 본 거실에선 주연이 티브이를 보며 졸고 있었다. 주연은 인기척에 눈을 비비며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 놓았던 몸을 일으켰다. 소파의 인조가죽이 눌렸던 모양에서 원복되느라 쩌저적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좀 괜찮으세요?"
"하. 아, 예. 저, 근데 이게."
"갑자기 쓰러지셔서 저 엄청 놀랐어요……."
말꼬리를 흐린 주연이 주저하는 목소리와는 상반되는 걸음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고는 손을 뻗는다. 그 손이 자신의 목줄기를 금방이라도 낚아채 조일 것만 같았다. 재현은 긴장이 티 나지 않게 이를 악물었다. 근거 없는 경계는 사람의 밑바닥을 보이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주연은 커다란 손등을 조심스럽게 재현의 목덜미에 얹었다가 떼곤, 그 손으로 본인의 턱을 긁적일 뿐이었다.
“열이 많이 떨어졌네요. 행주로 닦길 잘한 것 같아요…….”
“뭐라고?”
“네?”
“뭘로 닦아?”
“아…… 부엌에 있는 행주로……."
아니 씨발 물수건이면 또 몰라
행주?
재현이 생리적인 불쾌함에 표정을 구기자 주연은 멋쩍어하며 목덜미를 문질렀다.
“열 내리셔서 다행이에요.”
"우리 초면 아니었나?"
"장례식에서 한 번 뵀으니까 구면이죠."
"씨발 거 뭐 그럼 어, 어디까지……."
주연의 시선이 재현의 맨 가슴팍을 종으로 훑고 지나 허리 밑을 슬쩍 흘끗거렸다. 팬티는 안 내렸어요. 그런 답변은 재현을 꽤 혼란스럽게 했다. 지금 사람을 부엌 행주로 닦아 온 몸에서 안 마른 걸레 냄새가 나게 만든 것을 지적해야 할지, 아니면 초면에 열 좀 난다고 냅다 훌렁훌렁 벗겨다 눕혀 놨다는 점을 짚어야 할지조차 갈팡질팡하게 되어 버린다.
“팬티는…….”
"여기 계속 계실 거죠?"
이주연은 말을 끊고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주제에 재현은 차라리 따지고 들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젠 내 집이니까 아마도."
"제 집이기도 한데."
"이재희가 허락했던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나가라고 할 수도 있는 거지."
"저 갈 데 없어요."
갈 데야 찾으면 되는 거고. 재현이 씹어 뱉듯 말하며 주연을 지나쳐 소파로 향했다. 소파엔 먼지 대신 베개와 이불이 있었다. 이재현에게 침대 내준다고 어쩌다 여기에서 졸고 있던 모양새는 아니었다. 웅크린 주연의 모양대로 소파가 눌려 있었다. 이주연이란 인간은 매일 밤 여기서 오지도 않을 이재희를 기다리며 잠들었을까. 사랑이 아주 절절해 보였는데 자주 들어오지는 않았다고 했으니까. 재현은 마음대로 상상하며 뺨 안쪽을 혀끝으로 눌렀다. 그러나 애처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사람 보는 눈을 길렀어야지. 재현이 소파에 주저앉아 걸레 냄새가 나는 식은 몸 위에 이불을 뒤집어 쓰거나 말거나, 주연은 데운 햇반을 뒤집어 밥그릇에 털었다. 그러곤 식탁에 그릇과 수저를 놓기 시작했다.
잠시 잘그락거리던 주연은 손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더니 하품 한 번 하고 곧장 현관으로 향했다. 재현은 티브이에 시선 고정한 척 그 동태를 살폈다. 애매한 긴장이 흘렀다. 허리 숙여 운동화 뒤축을 매만지는 등짝이 꽤나 널찍했다. 흘깃대는 시선을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주연은 재현을 슬쩍 돌아보며 흐리게 웃었다.
"아, 맞다. 밥…… 있네요. 드세요."
방금까지 밥상 차리던 새끼가 하는 말로 듣기엔 다소 앞뒤가 안 맞는 투로 주연이 말했다. 무어라 태클 걸 틈도 없이 주연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 재현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 두 개 마주 놓인 2인 식탁엔 어딘가에서 포장해온 듯한 내장탕 한 그릇과 흰밥 한 공기가 놓여 있었다. 재현은 퀭한 눈으로 국그릇을 내려다 본다. 내장탕은 틈만 나면 술을 처마시러 다녔던 이재희가 아침마다 찾는 메뉴였다. 시뻘건 국물에 내장이 둥둥 떠다닌다. 물컹한 내장을 이재현은 좋아하지 않는다. 더욱이 교통사고로 갈려 죽은 시체와 며칠 함께하고 난 뒤로는 더더욱. 재현은 울컥 치미는 욕지기를 눌러 삼켰다. 같이 내장탕집에 밥 처먹으러 열댓 번을 갔어도 꼬박꼬박 메뉴판 구석의 뼈해장국을 시켰었는데. 내장탕 같은 거 입에 넣고 싶다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는데. 이재희 죽어서 좋은 점 리스트에 다시는 그 지겨운 내장탕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반드시 있을 텐데. 이딴 식으로도 마주하게 된다. 재현은 텅 빈 눈으로 식탁에 앉지도 않고 벌건 국물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재희 제삿상을 지금 나더러 처먹으라고 던져 준 건가.
재현은 싱크대에 그릇을 몽땅 뒤집어 털었다.
***
재현은 며칠 정도 뻔뻔하게 동태를 살피며 물건들을 정리했다. 몇몇 물건의 거취를 따져 묻고 이재희의 것이면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봉하는 작업이었다. 곧 이사를 나갈 사람처럼. 재현이 물건을 짚어 물으면, 주연은 순순히 이것은 이재희의 것이고 이재희가 썼던 것이고 그건 재희가 쓰지 않았던 것이라고 나누어 말해 주었다. 재현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럽고 편리한 일이었다.
와중에도 그 뭐 하는지 모를 녀석은 아주 불규칙한 시각에 기상하고 밖엘 나가 뭔 짓거리를 하고 들어온 건지 좀체 알기 힘든 시각에 들어왔다. 그리고 재희의 방이 아닌 자신이 쓰던 방에 이재현을 밀어넣고 생활하게 했다. 아니, 나 같으면 그냥 쓰던 방 쓰고 남은 방 주겠다. 본인은 거실 소파에서 먹고 자고 입으면서 왜 이재희 방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지. 그다지 길지 않은 고민 끝에 재현이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나가 있는 사이에 이재희 방을 뒤지자…… 나와도 뭐가 나오겠지.
일단 움직이고 보는 행동주의자 이재현은 적당히 기대를 해 보기로 했다. 혹시 모른다. 꿍쳐 둔 돼지 저금통이라도 있을는지. 물론 저금이라는 미래지향적 행위를 이재희라는 인간이 해 뒀을 지 없지만서도.
오후 두 시, 주연이 집을 나섰을 때 재현은 안쪽 방을 빠르게 훑었다. 재희가 썼다는 방. 기척도, 냄새도 묻히지 않고 지내는지 남자가 들어와 살게 된 방 같진 않았다. 모든 게 지나치게 이재희 같았다. 걘 이미 죽었는데. 뭐, 들어와선 잠만 자고 나머지 공간은 보존이라도 하려는 건가. 아니면, 추모? 이재현은 그 띨빡해 보이는 자식이 이런 쪽으로 집요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약간은 섬찟했다. 자신을 쌍둥이처럼 닮았단 여자를 잊지 못해 방 하나를 다 전시 공간으로 만들려는 문짝 만한 남자. 뭔가 키워드가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볼 법하지 않나.
그래서 재현은 이제 와 죄책감 느끼지 않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느낄 구간도 없었다. 내가 내 핏줄 쓰던 방 좀 보겠다는데 왜. 씨발, 뭐 어쩔 건데 걔가. 이렇게 우겨두고 나니 숫제 개운하기까지 했다. 이재현은 그래도 차마 양말은 벗지 않고 조심스레 문지방을 넘어, 창가 밑에 가지런히 배치된 서랍장을 하나하나 열었다. 첫 번째 서랍까진 허리를 굽혀 손으로 열다가, 가장 마지막 서랍은 그마저도 귀찮아 발가락을 썼다.
화장품, 인생네컷 사진, 고무줄, 뭐 그딴 게 들어있었다.
영양가 좆도 없네.
이재현은 대번에 시시해진 나머지 수색이라고 부르기도 뭐 한, 따지자면 순찰에 가까운 행위를 그만두려다가. 한손을 후드티 주머니 안에 꽂고 다른 손으로 옷장을 열어젖혔다. 침대 밑에 들여다 봐야 먼지만 마실 거고, 그 기집애가 서류 보관, 통장 보관을 야물딱지게 할 줄 알기나 하나. 어지러운 책상 위 들춰 봐도 건질 것 없겠다는 계산이 선 탓이었다.
원피스. 츄리닝. 브라자…… 씨발, 뭐 이런 걸 옷걸이에 걸어 둬. 블라우스, 치마, 원피스.
어.
옷장 바닥에 있다.
오피스텔에서 골목만 꺾으면 나오는 부동산 이름이 큼지막하게 금박으로 박힌 클리어 파일. 재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아, 이걸 여기에 숨겨두고 계셨구나. 그래서 존나 발도 못 붙이게 하셨구나. 근데 굳이? 날 이렇게 고생을 시켜?
긴 기장의 옷들을 헤치며 옷장 안으로 불쑥 머리를 집어 넣은 재현이 파일을 꺼내 든다. 전세 계약……. 야, 이재희 이 미친 년 돈 많았네. 스물 중후반에 뭔 전세. 돈 보태 줄 부모도 없는 게. 대충 휘적거리며 계약 조항이니 실 평수가 몇이니 하는 것들을 따분히 눈으로 훑었다. 돈의 출처고 뭐고 다 됐고 법적인 게, 그러니까 받을 전세금이 얼만지가 중요했다. 이 정도 집이면 솔직히 일 억은 넘었으면. 그걸론 보증금 넣고도 남지. 대학도 다시 어떻게 하고, 취업할 때도 쓸 수 있고. 막말로 내가 방 빼도 이주연은, 알 바 아니고.
쭉쭉 넘어가던 페이지가 계약서 최하단에 오래 머무른다. 미끌미끌한 파일 넘기던 손이 우뚝 굳었다. 고개를 모로 까딱거리며 다리 떨던 이재현은 입술을 꽉 물어 닫고 입안살을 느릿느릿 깨물었다.
계약자 이주연.
전세금 일억 이천.
핸드폰 번호 공일공 삼둘팔하나에 육육오칠.
아 쫌.
이건 아니지.
이재현은 아예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눈을 벅벅 문질러 씻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진지하게 숫자 하나하나 이름 하나하나 뒤집어 까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 봐도 이재희 이름 같은 건 없었다. 이재희의 흔적이라고 하면 이주연의 엄지일 것이 분명한 거대한 엄지 지장이 이재희에게 꼭 어울리는 립스틱 색깔로 찍혀 있었다는 정도. 고작. 그 정도.
그러니까 깨닫자면 애초에 여긴 이재희의 집이 아니었던 거다. 이재현이 권리 요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만큼. 이주연 이름으로 계약된 이주연의 집. 이주연이 돌려받아야 할 일억 이천. 이재현은 고개를 젖힌다. 네모진 전등 구석이 조금 깨진 것을 본드로 엉성하게 붙여 놓은 자국이 눈에 띄었다. 그래. 이 생활감 넘치는 공간은 사실 이재희가 뻔뻔스럽게 차지한 결과일 것이 빤했다. 제 집처럼 기생해 살던 거다. 당연히, 예상했던 대로, 돈 한 푼 안 내고. 빈대처럼. 모기처럼. 파리처럼.
그 자리에 꾸역꾸역 기어들어와 발 붙이고 있는 것도 이재현이고.
이주연이 아니고.
있을 재에 기쁠 희 자 쓰지 않는 이재현은 이주연의 여친도 존나 뭣도 아닌데. 걍 존나 남인데.
아니 씨발…….
이재현은 한참 고개 아래로 꺾고 서 뒷머리를 만지작거렸다.
한참 만에 둑 터지듯 민망함이 쏟아져나왔다.
“존나 말을 하든가. 개미친놈이…….”
사람 기분 좆같게.
“일억 이천 씨발아…… 돈 존나 많네 이 씨발 새끼.”
그리고 불행하게도 어질 현 자 쓰는 새끼는 기쁠 희 자 쓰는 여자보다 낯짝이 두껍지를 못했다. 재현은 결국 종이봉투 안에 클리어 파일 고이 넣어서 들고 기다렸다. 어디 궁둥이 붙이고 있으려니까 존나 가시방석이라 개미굴 파듯이 이곳저곳 미치게 서성대면서. 한 시간 사이 이재현이 발 붙이지 않은 바닥이 없을 정도였다. 이주연이 알려 준 집 비밀번호 일일일일일일 누르고 들어올 때까지. 존나 무슨 분리 불안 있는 개새끼처럼.
“어…… 왜, 형님.”
끝내 종착지는 오늘의집에서 할인 특가 같은 걸로 샀을 게 분명한 좌식 소파 위다. 고개를 처박고 가만히 숨만 들이쉬고 있자니 현관등이 타이밍 좋게 켜졌다. 아니, 사실 타이밍이 좋은 건 아니다. 좋았으면 씨바 한 시간 전에 얼굴 들이밀었겠지. 개좆도 좋았겠다, 타이밍이. 여기서부터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라 이재현은 이주연을 너무 반기지 않기로 했다.
“야, 왔으면 이리로 와서 앉아 봐.”
사실은 지가 존나 빌붙어야 하는 처지면서 괜히 무게감도 잡아 봤다. 지나치게 부탁하거나 을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었다. 이주연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싶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고개를 꾸뻑 숙이고 이재현 앞에 순순히 와 앉았다. 이재현은 순간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가, 이 새낀 원래 이런 새끼였지 싶어 어깨에 힘을 풀지 않았다.
“내가, 뭐냐. 이재희 방에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들어갔다가.”
“들어가셨어요?”
“어. 왜. 들어갔다가, 사람 말하는데 끝까지 들어.”
“옣…….”
“계약서를 하나 찾았는데.”
찾았는데. 찾았는데, 씨발. 뭐 어떡해. 이 다음엔 뭐라 말해야 돼. 여기가 이재희 집이 아닌 걸 우연찮게 알아버렸다? 내가 오해한 것 같다? 근데 나 당장 잘 곳이 없으니 일단 몸은 누일 수 있게 해 줘라? 이재희 존나 사랑했나 본데 남친 의리로 사람 하나 살려라?
“아, 아아…….”
“어, 그래서. 그래가지고 내가.”
이재현은 할 말을 뽑아내는 중이었다. 대가리를 최대한 굴려 민망하고 아쉬운 말을 가오 적당히 챙기며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궁리했다. 씨발 한 시간 동안 집안을 로봇청소기처럼 굴러다니며 고민해 봐도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니 거니 내 거니 물건 나누기 개지랄하며 벌였던 모든 게 너무 우스워질 것 같았다. 이건 무슨 현대판 흥부와 놀부도 아니고. 심지어 내가 놀부야, 씨발. 말이 돼? 권선징악 존나 다 좆까라 그래. 누군 이렇게 좀스럽게 굴고 싶어서 굴었겠냐고.
“보셨구나, 그거……”
와중. 느릿느릿 중얼거리던 주연이 눈을 내리깔았다. 아쉬운 건 난데 어째 지가 속여먹은 것처럼 참회하는 얼굴이길래 황당했다. 아니 당황했다. 아니다. 황당했다. 나름 빡센 대학생활 및 군생활 및 예비 사회생활 해 왔다고 생각하던 이재현은 사람 말문이 이렇게까지 막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던데. 지 잘못도 아닌 일에 입꼬리 내리는 등신 새끼한테는 뭘 해 줘야 하나요. 밥을 줘야 하나요. 것도 주걱에다가 밥풀 존나 묻혀서 한 대 쌔려? 개뻔뻔스럽게 나가? 니가 죄인이다 해? 걍 앗싸리 나쁜 새끼 해 봐?
아. 대가리 아파.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되는데.
“전세금이 제 돈은 맞거든요.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 그…….”
“나가라고?”
“아뇨. 저랑 같이 살아 주시면 안 될까요?”
“뭐? 뭐가 그래선데.”
“어차피 방이 비고, 저도 혼자 있으면 괜히 쫌, 막. 집에 들어가기가 싫고 그러니깐.”
혹시 내가 혼자 생각하느라 대화를 건너뛰었나?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되지? 재현은 예상보다 일억이천 배 정도 스무스하게 풀리는 상황을 재빠르게 머릿속으로 짚으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렇다 이거지.”
“넿…….”
“내가 아직 집을 안 구해서 여기 있어도 되긴 한데……. 야.”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너 뭐 꿍꿍이 없냐?
재현은 이 질문 탓에 대화가 더 길어지지 않길 속으로 간절히 빌며 한 번 괜히 캐물어 보았고,
“없죠, 저는……. 그런 거.”
다행스럽게도 주연은 많고 많을 사연을 단번에 일축하며 재현에게 웃어 주었다. 이재현이 뻔뻔할 수 있을 마지막 마지노선까지 상냥했다. 이상스럽게 맞물려 들어가는 감각에 재현은 눈가를 움찔 찌푸리며 짧게 혀를 찼다.
“뭐가 좋다고 웃냐, 넌. 어차피 금방 나갈 건데.”
part 2
이재현은 금붕어를 돌봤다. 하루 두 번 밥을 주고 물 빛을 보아하니 언젠간 주연이 없을 때 물을 갈아 준 것 같기도 했다. 이재현이 있는 투룸 오피스텔 안은 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바뀌었다. 그려 놓은 정물화처럼 언제나와 같은 모습이었던 재희와의 동거와는 달랐다. 재현은 주연과 함께 있을 때면 드물지 않게 말을 붙여왔다. 내용은 대부분 물건의 거취에 관한 것이었다.
“이 드라이기는 이재희 거 맞지?”
“네.”
“이…… 거도 네가 쓰는 거 아니고.”
“네에.”
그러면 재현은 그것의 전선을 둘둘 감아 어디서 주워 온 듯한 종이 박스에 집어 넣었다. 주연은 그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기곤 했다.
하루는 전기밥솥의 소유권을 묻기에 자기는 별로 쓴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머잖아 밥솥이 있던 자리가 비었다. 주연이 간 곳을 물었더니 집에 쌀도 없지 않냐면서 재현은 당근마켓에 팔아 버렸노라고 당당히 말했다. 주연은 어차피 재희의 것이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재현은 그럴 줄 알았다며 무언가 말하려다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작게 눌러 죽인 한숨을 길게 뽑아 내쉬었다.
주연은 생각했다. 재현이 재희에게 밥을 종종 해 주었을까. 방금은 그런 기억이 떠오른 걸까.
주연은 재희에게 들었던 재현에 관한 몇 마디 말들 중 어떤 것을 떠올린다. 침대에서 쉬던 재희가 주연의 가슴팍 위에 올라와 엎드린 채로 주연에게 말했었다. 너 내 얼굴 좋지. 주연은 되묻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네. 그 다음 순간, 주연이 ‘그리고 누나는 마음도 예뻐요’ 라고 덧붙이기도 전에 재희는 덥석 대꾸했다.
“그럼 닮은 애도 좋겠네?”
나 사실 쌍둥이가 있거든. 재희의 속삭임에 주연은 조금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닮았어도 저는 구분할 수 있을 걸요.”
“등신. 구분은 누구나 해. 날 좋아하니까 나 닮은 걔도 좋아할 수 있잖아. 아니야?”
“하하……. 누나는 누나라서 좋은 거예요.”
주연이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재희는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아니. 너도 걔를 좋아하게 될 거야.”
주연의 뺨을 건드리는 손가락 끝으로 새카만 눈동자가 굴러간다. 네일아트가 벗겨진 손톱이 매끈하지 못한 단면으로 물어뜯겨져 있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재희의 날숨이 주연의 코끝에 와닿았다.
“아니면 적어도 동정은 하게 되겠지…….”
동정?
주연은 눈썹을 내린 채 과자를 집어 먹으며 부엌을 휘적휘적 오가는 재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널찍하고 근육이 잘 붙은 등짝은 이재희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 그러나 금붕어 먹이를 꼬박꼬박 챙겨 준다는 점만은 닮았다. 그놈의 금붕어 세 마리 밥 덕분에 주연은 재희를 보지 못하는 날에도 하루에 두 번 문자를 받아 챙길 수 있었다. 애들 밥 줘. 꼭이야. 지금 줘. 그런 문자를 받으면 주연은 바깥에 있다가도 한 시간 내로 집에 기어들어가 플레이크로 된 금붕어 밥을 집어 잔잔한 수면 위에 흩뿌려 놓곤 했다.
이름도 지어 준 적 없으면서. 재희는 그랬다.
주연의 기억이 맞다면 재희가 금붕어를 처음부터 애지중지한 것은 아니었다. 재희는 네 마리 금붕어 중 두 마리가 죽고 나서부터 손바닥보다 훨씬 작은 빨간 물고기들을 한참이고 들여다 보곤 했다. 보다 못한 주연이 작은 뜰채로 죽은 금붕어를 건져 올렸을 때, 재희는 더이상 물에 넣어 달라며 팔딱이지 않는 금붕어를 한참이고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금붕어의 귀신을 불러낸다고 해도 어차피 말 안 통하겠지?”
약간 쉰 목소리에는 나지막한 흥분이 어려 있었다. 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는 죽은 금붕어를 가져갔다.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더니 별 말 없었다. 그러나 재희는 딱히 비밀스럽게 굴지도 않았으므로 주연은 그녀가 그 금붕어들을 말리고 빻아 가루로 만들어 부모님의 유골함 옆에 보관해 두었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주연은 짐작했다. 아니. 주연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재희를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유는 별거 없다. 재희를 사랑하니까 주연은 그냥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가을엔 그녀의 생일 선물로 비슷한 듯 꼬리 모양이 다르게 생긴 금붕어를 하나 더 가져다 주었다. 재희는 딱히 기뻐하지는 않았으나 순순히 그녀의 수조에 금붕어를 쏟아 넣었다. 새로 들인 금붕어는 꼬리가 넓고 희며 예뻤다. 주연은 자신의 탈색모를 슥슥 매만지며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펼친 채 서로에게 조금의 관심도 가지지 않고 각자 노니는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주연은 재희가 왜 금붕어를 아끼게 되었는지 아주 절실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확신했다.
재현이 집에 눌러 살기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주연은 차 키를 이재현에게 건네 주었다. 이재현은 주연의 거대한 손바닥 위에 놓인 것을 무슨 의도로 순순히 넘겨 주는지 의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 매정한 시선에 이주연은 살짝 서운해지려고 했다. 조의금을 건네 주었던 그때처럼 상에 머리라도 찧으면 나을까. 엉겁결에 놀라서 받아 줄 수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둘은 둘의 덩치에 비해 상당히 좁은 거실 한복판에 서 있었고, 심지어 이재현은 짝다리를 짚고 있었다. 바닥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주연은 엉거주춤 넘어지며 차 키를 건넬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너무 꼴사나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이거 차 키…… 차 키인데.”
“그래 보이네.”
“재희 누나가 타고 다니던…….”
“아. 그럼 줘. 가져간다? 네가 준 거니까 불만 없지.”
이재희의 것이라고 설명하자마자 독수리가 병아리 낚아채듯 물건이 깜빡 사라진다. 때마침 창에 달아 둔 커튼이 바람에 너울거렸고, 오피스텔 근처 도로에 아무렇게나 불법으로 주차해 둔 스파크가 번쩍거렸다. 이주연은 그 빛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밤에 줄걸……. 눈 시려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뭘 오해했는지, 이재현은 대번에 날카로워졌다. 아무래도 잘못 읽힌 것 같다. 마음이든, 표정이든.
“얀마. 표정.”
“엫?”
“왜, 갑자기 나타난 여친 동생이 차까지 뺏어가니까 존나 띠껍냐?”
“아니…….”
“아니 뭐.”
“아뇨. 그냥 눈이 부셔가지구.”
거실에 부실하게 난 창을 등지고 서 있던 이재현은 그제야 이해든 수긍이든 한 기색이다. 이주연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걸 닮았다고 하면 아마 화를 내겠지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으면 꼬투리부터 잡고 보는 게 재희를 똑닮았다.
문득 도통 눈 둘 곳을 모르겠다는 감상이 들었다. 주연은 집주인 행세를 하는 전 여친의 남동생보다 집 구조에 더 익숙할 텐데도. 이 집에서 꽤나 오래 살았으니 따지자면 심정적으론 이주연에게 귀속된 집이지만 주연은 따지지 않는다. 그냥 이쪽이 군식구가 된 기분을 적당히 즐겼다. 초대받지 못한 손이 되는 감각을 매번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몰아붙여질 땐 특히 그런 느낌이 든다. 들었었다. 재희의 앞에 서 있을 때 주로.
주연은 자꾸만 재현에게서 재희를 보게 된다. 재희가 어느 날 예언했던 것처럼. 이주연은 결국 우두커니 선 채 거실 바닥을 덮은 강화마루의 가짜 나무 결을 시선으로 세었다. 이재현은 손안에서 익숙하게 차 키를 몇 번 굴리더니, 앞코가 한참 닳은 운동화를 구겨 신으며 삐걱거리는 오피스텔 문을 몸으로 열어 집을 빠져나갔다.
기름 채워져 있나.
하는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이주연은 그 혼잣말을 훔쳐 들으며 눈을 끔벅거렸다. 그리고 차 사고로 죽어 버린 재희와, 재희의 부모와, 그들의 아들을 생각했다. 운명에 대해서도. 지금 저 남자가 자신의 스파크를 타고 나가서 죽어버리면 동정심이 들지에 대해서도. 재희의 말이 항상 맞는 건 아니었으니까…… 주연은 습관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바스락거리는 종이를 집어 꺼냈다.
<준비물>
부적 2장
물 35L
탄소 20kg
암모니아 4L
석회 1.5kg
…
…
유전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의 피
종이에 적힌 필체는 주연과 재희의 것이었으나 얼핏 닮아 한 사람이 쓴 것으로도 보였다. 주연은 모서리가 반질하게 닳은 종이를 다시금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생각했다. <강철의 연금술사>를 한 번 더 봐야 하나?
***
인체 연성.
일본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금지된 연금술로, 재료와 능력만 받쳐 준다면 다양한 연금술이 가능한 해당 만화의 세계관 안에서도 한 번을 성공한 적이 없다는 연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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